우리 남편 경제관념이 참 많이 부족한 사람입니다.
자기 지갑에 돈이 얼마 들어있는지를 모르고 다닐만큼요.
그게 늘 불만이었던 제가
하루에 만원씩 두달여를 훔쳐서 저축해서 통장으로 돌려줬던 적도 있을 정도거든요.
작년 말이었어요. 남편이 거나하게 술에 취해서 들어왔더라구요.
어지간 해선 그렇게 안 취하는데 그 날은 비틀 비틀거리면서 들어온 걸 보니 어지간히
마신 것이 아니었죠.
순간, 그간에 한번도 손 안댔던 남편의 지갑이 궁금한 겁니다.
하여,
남편이 술취해 잠든사이
살짜기 남편 지갑을 조사해보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돈이 천원짜리 만원짜리 합해서 11만원 가량이 있더군요.
여기서 한장을 슬쩍 해? 말어? 하며 혼자서 피식 웃었습니다.
어디 보자~~ 하며 다시 지갑을 조사하는데,
그런데 세상에나,
남편의 지갑속에는 2007년부터 사용한 카드 영수증이 뒤죽박죽 아무렇게나 접힌 채로
여기 저기 쑤셔박혀 있는 겁니다.
2006년 12월에 옷 산 거,
2007년 8월에 차에 기름 넣은 거, 신발 산 거,
2008년 여름에 식당에서 밥 먹은거, 등등등
꼼꼼하다구요?
아니요. Never!!!! ㅡ.ㅡ;;
영수증은 날짜와 순서를 완전히 무시한채로
어떤 영수증은 절반으로 접혀있고, 또 어떤 영수증은 그 모습 그대로 가지런히,
또 어떤 영수증은 절반은 잘려나간 채로,,, [껌 뱉는데 썼을지도.. ]
제가 보기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그런 것들이었습니다.
혼자서 "내가 남편 때문에 미친다.. 미쳐.."를 외치며
쓸데 없는 신용카드 영수증이며 식당 영수증을 모두 꺼내서
가장 최근 것 두어장만 남기고 모두 버리고,
천원짜리는 천원짜리대로 만원짜리는 만원짜리대로 가지런히 지갑을 정리해주었습니다.
어린아이 주먹만큼이다 두툼하던 지갑이 완전 홀쭉해지더군요.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 날입니다.
우리 남편 뒤늦게 지갑을 보았는지 출근했다 돌아오더니 이렇게 말하는 겁니다.
"여보. 이상해. 내가 어제 술 취해서 들어왔지?"
"응"
"근데,, 내가 소매치기를 당했나봐."
"응?? 무슨??"
"아 글쎄, 이상하다니깐. 내가 술집에서 나올 때 ㄱㅖ산을 카드로 하고 나온 것까지는 기억나는데,,
그 다음이 잘 기억이 안나긴 하는데,,, 분명히 지갑에서 없어진 것이 있다니깐"
"참내.. 그러니깐 그게 뭔데에?? 뭐가 없어졌다고?"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 좀 모자란 도둑인가벼.. 내 지갑에 돈은 그대로 있고,
신용카드 영수증만 죄다 없어졌당게."
아휴... 이런 남편을 어찌하면 좋단 말입니까?
저는 너무 어이가 없어 남편을 향해 찐한 비웃음을 한 번 날려주고,
[해드락을 걸고 아래와 같이 말했습니다.ㅋㅋㅋ]
"아휴.. 정말 당신 정신 안 차릴래? 지갑속에 몇년 전 카드 영수증까지 잔뜩 들어있어서
내가 지갑 다이어트 시켰다. 어떤 도둑놈이 돈은 안 갖고 가고 쓰잘떼기 없는
카드 영수증만 갖고 가겄냐.. 엉? 생각하는 거 하고는 정말.. 내가 당신 때문에
미친다니깐. 제발 다음부터는 쓸데없는 것은 좀 버려라. 제발.
뭐, 남들보기에 지갑에 두둑하게 돈 들어있는 것처럼 보일려고 그렇게 빽빽하게
넣어갖고 다니는 거야? "
에휴.. 그런 일이 있은 지 1년이 되어가니
슬슬 남편 지갑 검사 한 번 해야되겠습니다. ^^
남원시 향교동 4-5
김 미 란 [016-650-29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