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여성시대의 문을 빼꼼히 열어봅니다.
그동안 평안하셨는지요?
제가 함께 둘러앉아 도란도란 얘기 나눌 공간이 있을랑가 싶어 들여다 봅니다.
남원지역자활센터 유기축산 사업단에서 일하던 참여자 몇명이 초우반돈이란 공동체로 뭉쳐 한단계 업그레이드 되었단 이야기 들으셨는지요?
벌써 1년이 되어갑니다.
오늘 경사스런 일이 있어서 여러분들과 함께 이 기쁨을 함께 했으면 하고 이바구좀 하려고요.
3년전쯤 한우송아지 다섯마리가 들어왔었는데, 그 송아지가 자라서 큰소가 되고 임신을 하여 하나 둘씩 새끼를 낳기 시작했는데, 어제는 세번째 송아지가 태어난 것이지요.
초우반돈이란 말 그대로 풀먹는 소와 잔반먹는 돼지란 뜻이지요.
배합사료는 아예 입에도 대지 못하고 자라는 그야말로 조선시대식 가축이라고 해야 할까요?
지금 온 나라가 소와 돼지 같은 발굽이 갈라진 짐승들에게만 전염된다는 구제역이 여기저기서 발병하고 있고, 닭이나 오리에게 전염되는 조류인플루엔자가 각 지역에서 나타나 축산 농가들의 숨통을 조려오지만,
우리 초우반돈 공동체원들에게 새로움 힘을 불어넣어주는 송아지가 태어난 좋은 소식은 질병에 대한 두려움 보다는 희망이라는 단어를 앞세우고 묵묵히 일하려고 합니다.
초우반돈의 사업장은 세군데로 분산되어 있습니다.
먼저 어미돼지들을 사육하여 새끼를 받아 젖뗄때까지 키우는 사업장과 육성돈을 잘 키워 큰돼지가 되면 판매하기까지 키우는 사업장, 그리고 소를 전담하여 키우는 사업장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저는 육성돈을 키워 판매하는 단계의 돼지를 키우는 사업장에서 일하는데
오늘은 딸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갈 일이 있어서 퇴근을 조금 빨리하고 이동하고 있었는데
전화가 온 겁니다. 주생 축사에서 일하시는 학영이 아저씨의 다급한 목소리였습니다.
"방금 소가 새끼를 낳았는데 밤에 추워서 안얼어죽을랑가 모르겄다. 금지에 새끼 돼지 보온등이 있으면 좀 가져다가 송아지한테 좀 설치해 주라"
"예 알겠습니다. 치과에 가고 있는데 진료끝나는 대로 가져다가 설치해 놓겠습니다."
병원에서는 대기중인 환자들이 서너분 계셨는데 지금 상황을 이야기 하고 양해를 얻어 먼저 진료를 받고 갔는데도 날이 어두워져 축사 앞집에서 후레쉬를 빌려 보온등을 찾아들고 송아지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습니다.
그곳에는 경인이 총각이 있었는데
어미소는 송아지에게 젖을 물려야하는데
송아지를 떠받아내고 있다며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왜 그러지? 하면서 저도 의아해 했지요. 그러면서 보온등을 설치하고 새끼 낳을때의 상황을 물었더니
그때가 퇴근시간이라 사람들이 웅성웅성 거리면서 보고 있었다고 하더군요. 아마도 어미소가 놀란것 같았습니다.
조용한 곳에서 낳았다면 젖을 물리면서 보호할텐데 말입니다.
두고 보자는 심정으로 그 자리를 피해 주었었지요.
다음날 걱정이 되어 출근하면서 주생엘 들러 보았지요.
어젯밤과는 달리 어미소가 송아지에게 젖을 물리고 되새김질을 하고 있었답니다.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던 스피노자의 말처럼
지금 구제역이 온 나라를 휩쓸지라도 송아지와 새끼 돼지를 건강하게 키워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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