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에 진학하는 딸을 보며

아이가 얼마 전 고등학교 진학시험을 봤습니다.

아이의 모습을 보니 그맘때 제 모습이 떠오르네요.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저는 알고 있었습니다.

가정형편 때문에 대학교에 진학하기 힘들 거라는 사실을요…

고등학교에 진학한 것도 엄마의 악착같은 고집 때문이었습니다.

‘딸은 시집 가고 나면 그만’이라는 아버지와 할머니의 반대를 무릅쓰고

어머니는 당신이 학교 가서 청소라도 해서 가르치겠다며

저를 고등학교에 보내신 거였습니다.

고 3이 되면서 다른 친구들은 진학 준비를 하는데,

대학가지 못할 걸 아는 저는 참 이방인이 된 것 같더군요.

선생님들은 수업 뿐 아니라 모든 학교 생활을 대학 진학에 맞춰 진행했습니다.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친구들 사이에서도 외딴 섬이 된 기분이었고

점점 우울함에 빠져들었습니다.

집에 오면 엄마를 도와 집안 일이며 밭일을 했는데

그런 현실이 어찌나 싫던지요.

진학상담을 하면서 선생님께 제 상황을 말씀드렸고

선생님께서 부모님께 전화를 드려 의논도 하고 설득도 했지만

역시 대학교 진학은 하지 못했습니다.

그때 그 시절에 비하면 요즘 아이들은 공부만 열심히 하면

부모님들이 아무리 힘들어도 대학에 보내려고 하니

좋은 때를 만난 거죠.

저희 아이도 곧 고3이 되겠죠.

아니 요즘엔 고등학교 들어가자마자 입시 체제에 들어서게 된다니

먼 일이 아닌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이 아이들이 고마움을 알까요?

공부할 수 있어서 부러운 이 엄마 마음을 알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