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은영 영화평론가 추천작
나현 감독, 한석규, 김래원 주연의 영화 <프리즌>.
영화 <프리즌>은 범죄자를 사회에서 격리시키고 교정·교화하는 시설이라고 믿었던 교도소를
100% 알리바이가 보장되는 완전범죄 구역으로 탈바꿈시키는 신선한 발상이 돋보이는 작품.
<초록 물고기> <8월의 크리스마스> <쉬리> <음란서생> <베를린> 등 한국 영화의 흥행 역사와
함께 걸어온 한석규가 인생 최초의 완벽한 악역을 연기. <프리즌>에서 한석규가 연기한 ‘익호’는
대한민국의 모든 완전범죄가 시작되는 교도소에 군림하는 절대 제왕,
그 곳에 검거율 100%로 유명한 전직 경찰 유건(김래원)이 뺑소니, 증거인멸, 경찰 매수의 죄목으로
입소하게 되고, 범죄에 휘말려들게 되는데, <프리즌>은 무엇보다 이제까지 교도소를 다룬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장르적 공식들, 다시 말해 ‘억울하게 누명을 쓴 주인공, 죄수들을 억압하는 교도관,
교도관 몰래 탈옥을 시도하는 죄수들’과 같은 설정을 가차 없이 깨뜨리며,
교도소를 무대의 전면에 내세우며 눈길을 끄는 작품.
범죄 액션 영화를 사랑하시는 관객들에게 추천드리는 영화.
- 최은영의 놓치지 말아야 할 영화
홍콩의 거장 왕가위 감독이 1990년에 연출한 두 번째 장편영화 <아비정전>
장국영, 유덕화, 장만옥이 주연을 맡고 있는데, 어머니에게 버림받은 탓에 사랑을 믿지 않는 남자와
그 주변 사람들의 쓸쓸한 인간관계에 대해 묘사한 작품. 개봉 당시에 흥행에는 참패했지만
지금은 왕가위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아비정전>은 홍콩 최고 권위의 시상식인
홍콩금장상영화제에서 작품상과 감독상을 비롯해 5개 부문을 수상하며 그 진가를 인정받았는데,
떠난 자 혹은 떠난 것에 대한 그리움과 그에 따른 허무함을 주로 주제로 하는 왕가위의
영화적 세계의 시작을 보여주는 이 영화는, <아비정전>이 만들어지던 당시의 홍콩이라는
국가의 지정학이 깊이 반영된 결과. 1997년 중국 반환을 앞둔 홍콩 주민들이 영국과 중국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떠도는 감정을 이 영화에서 어디에도 머물지 못하는 주인공
아비가 겪는 심정을 통해 그려내고 있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