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큰 스님
"다들 모였느냐? 너희들이 얼마나 배웠는지 알아보겠다.
새끼 새 한 마리가 있었느니라.
그것을 데려다가 병에 넣어 길렀느니라.
그런데 이게 자라서 병 아가리로 꺼낼 수 없게 되었는데
그냥 놔 두면 새가 더 커져서 죽게 될 것이고
병도 없앨 수 없느니라. 자 말해보거라.
새도 살리고 병도 다치지 말아야 하느니라.
너희들이 늦게 말하면 늦게 말할수록 새는 빨리 죽게 되느니라.
빨리 말해보거라"
"새를 죽이든지 병을 없애든지 둘 가운데 하나를 고르는 수 밖에 없습니다."
"미친 놈! 누가 그런 뻔한 소리를 듣자고 그런 話頭[화두]를 낸 줄 아느냐?"
"새는 삶과 죽음을 뛰어 넘어서 피안의 세계로 날아갔습니다."
"제 정신이 아니구나. 쯧쯧쯧"
"병도 새도 삶도 죽음도 순간에 나서 찰라에 사라집니다."
"네 놈도 썩 사라지거라!"
"나무아미타불~"
"모르면 가만히나 있거라."
"위상공간에서 유클리드 기하학이 어쩌고 3차원 벡터가 한 점을 지나는.."
"귀신 씨나락 까 처먹는 소리!!!!!!!"
"한 손으로 내는 손뼉소리!"
"앵무새 같은 놈. 참고서에 나온 글이나 외다니!!!"
"새는 병 안에도 있지 않고 병 밖에도 있지 않습니다."
"뜬 구름 잡는 소리를 하고 자빠졌구나."
" 큰스님, 저희들 머리로는 도저히 모르겠습니다. 도대체 답이 있기나 합니까?"
"있지...있고 말고...나무아미타불"
"무엇이옵니까?
" 고무로 만든 병이었느니라. 관세음보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