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숲 속에 늘 하늘을 높이 날며, 부족한 것 없이 행복하게 살고 있는
고추잠자리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이 고추잠자리에게 불행이 닥쳐왔습니다.
그의 사랑하는 가족 모두가 날아다니는 새에게 잡혀 먹히게 됐죠...
그래서 고추잠자리는 너무 슬퍼 시름에 잠기게 됐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마음이 아파
더 이상 살아갈 수가 없을 것 같았죠. 그래서 이제 죽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숲 속의 요정을
찾아가 이렇게 얘기했죠..
"요정님, 저도 세상에 남을 이유가 없는 것 같아요. 이런 상황에서 도저히 더 살 수 없습니다.
어머니와 형제를 하루아침에 다 잃은 제가 무슨 의미로 살아갈 수가 있겠습니까?"
그때 요정이 말했습니다.
"네가 만일 한 가지 일을 한다면, 내가 네 마음의 상처를 깨끗이 씻어주겠다"
"그 한 가지가 뭡니까?"
"앞으로 1년의 시간을 줄 테니, 네가 1년 동안 이 숲 속을 다니면서,
마음에 아픔이 없는 곤충을 아무나 하나 데리고 오면 너의 마음의 상처를 깨끗이 씻어 주겠다!"
고추잠자리가 생각하기에 이 일은 매우 쉬워 보였습니다. 왜냐하면 자기 눈에 비친
대부분의 곤충들이 근심이 없어 보였기 때문이죠..
"아, 그거야 쉽죠. 제가 해보겠습니다!"
그래서 고추잠자리는 근심 없는 곤충들을 찾아 나섰습니다. 걱정 없이 노래 부르는 베짱이,
시원한 나무 위에서 노래하는 매미, 그리고 달 밝은 밤에 노래하는 여치와 밤의 적막을
아름다운 멜로디로 수놓는 귀뚜라미 등등... 너무너무 많을 것 같았죠...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아 아무 곤충이라도 데리고 올 것이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수개월이 지나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드디어 1년의 시간이 다 지나갔고...결국 그는 마음에 아픔이 없는 곤충을 한 마리도
찾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 고추잠자리는 더 이상 요정을 찾아갈 필요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그 일년 동안 수많은 곤충들을 만나면서 자신의 아픔이 다 치유되었기 때문입니다.
오늘 사연주신
전주 평화동의 임순화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