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딸내미와의 등산길에서 생긴 일

7월부터 인사이동으로 아중리에서 진안으로 다니다가 정읍으로 다니기 시작하여 출근시간이 2배로 늘어나면서부터서 밤 9시면 곯아 떨어지기 일쑤인 나날을 보내며, 토요일, 일요일 다니던 기린봉 등산마져 뜨거운 날씨를 핑계삼아 안 간 지 꽤 오래 되어버렸다. 지난 금요일 밤 큰 맘 먹고 지나가는 말로 󰡐내일은 토요일이니까 새벽 5시에 일어나서 기린봉이나 가야겠다󰡑했더니 초등학교 3학년 딸아이가 흔쾌히 저도 가겠단다. 󰡐설마󰡑 하는 생각으로 아침 530분에 깨우니 울 딸이 벌떡 일어나는 것이 아닌가? 딸아이가 나서니 남편도 따라 나서고, 3주동안 영어캠프 들어가니 절대 건들지 말라는 아들만 남겨둔 채로 세 명이 아직은 선선한 아침 공기 속에, 정답게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며 2시간 남짓 중바위를 들러서 기린봉을 향했다. 딸아이가 내려가는 길에 체련공원을 들러서 가자고 제안을 해서 그 쪽으로 막 길을 나서는 데 조그마하고 선한 눈 빛의 예쁜 강아지 한 마리가 우리 곁으로 슬금슬금 다가오는 것이 아닌가? 평소 강아지를 기르고 싶어하는 딸아이라 잠시 같이 놀아주고 길을 제촉하려는 데 주변 아주머니들이 󰡐주인 없는 강아지인가봐요.. 아래에서부터 따라 올라오더만 나서는 주인이 없네요!󰡑한다. 등산길에 애완견을 데려오시는 분들이 종종 있는 터라, 곧 주인이 찾아가겠지 하는데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강아지가 우리 옆에 붙어서 바짝 엎드리는 것이 아닌가? 난 이 행동이 애교를 부리는 행동으로 알았는데 사실은 힘이 없어서 하는 행동이란 걸 나중에 알았다. 버려진 강아지라는 말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 우리 가족곁으로 강아지에 대해 잘 아시는 분이 다가오셨다. 이 강아지의 종은 󰡐시추󰡑라 하고 지금 거의 탈진상태라고 알려주셨다. 그렇지만 그 분도 그 강아지 처리에 대해 뾰족한 방법은 없으신 듯 했다. 유기견센터에 전화해도 업무시간 종료라는 멘트외에는 어떠한 도움도 받을 수 없었다. 그래도 강아지를 산에서 죽게 내버려 줄 순 없고 강아지가 불쌍하다며 울어대는 딸아이 때문에 평소 강아지를 끔찍하게 싫어하던 남편은 일단은 살려보자는 심정으로 기진맥진하여 한 발자욱도 뗄 수 없는 강아지를 어쩔 수 없이 안아 들었다. 강아지한테 풍겨나오는 악취에다 무게까지 20분 남짓을 땀을 뻘뻘 흘리며 내려오는데, 남편이 강아지가 자꾸 한숨을 쉬는 것이 느껴진댄다. 동물들도 자신의 신세를 아는 모양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112󰡑에 전화를 걸었다. 󰡐죄송한대요, 저희가 등산길에 유기견을 한 마리 발견해서 데리고 내려 오는 중인데 혹시 파출소에서 유기견도 보호해 주시나요?󰡑했더니 󰡐유기견이 확실하냐는 질문과 함께 경찰관 한 명을 체련공원으로 보내주겠다󰡑는 답변을 들었다. 잠시 기다리니 경찰관 2분이 오셔서 경찰서에서 관리하시는 유기견센타에 연락을 취해 그 쪽으로 넘기기로 하고 강아지를 데려가셨다. 뉴스에서 버려지는 애완동물이 많다는 소식을 접하다가 직접 이렇게 경험하니 참 씁쓸했다. 사실 산에 이런 식으로 버리고 가는 사람들이 많단다. 한 집에서 먹고 자고 했으면 한 가족이나 다름없을 것인데 어떻게 이렇게 버릴 수 있는지 참 이해가 가지 않는다. 딸아이에게 지금도 강아지 기르고 싶냐고 물었더니 아니랜다. 이번 기회에 생명의 존엄성과 책임감에 대해서 뼈저리게 느꼈단다. 남편이 고생은 했지만 딸아이에게는 인생에 참 좋은 산 경험을 안겨 준 듯 하다. 딸아이는 자기 때문에 고생한 아빠한테 연신 미안해하면서도 자기가 생명 하나 구했다는 뿌듯함으로 발걸음 가볍게 집으로 돌아왔다. 이 기회를 빌어 애완견을 기르시는 분들은 끝까지 책임져 주셨으면 하는 강한 바람과 함께 부탁의 말씀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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