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서지에서 생긴일" 을 적어봅니다. ----
통키타가 대 유행하던 70년대 중반 , 두메산골에서 나고 자란 저는 바다를 한번 보는게 소원이었습니다.
그무렵 힛트를 친 '키보이스'의 "해변으로 가요"라는 노래를 들으면 언제나 마음은 별이 쏟아지는 해변으로 달려갔지요
여고를 막 졸업하고 직장 생활을 시작하던 첫해에 드디어 나도 상상이 아닌 진짜 바다로 떠났습니다.
친구들과 베낭과 텐트를 메고 몇번의 버스를 갈아타면서 꿈에 그리던 대천 해수용장으로 갔지요.
막상 도착한 바다는 생각보다 뜨거웠고 깔끔하지도 않았지만 바다가 다 그러려니 했지요.
물속에서 노는 사람들은 재미있어 했지만, 애시당초 수영복도 없이 그저 바다를 구경하러 온 우리들은 낮에는 할일없이 텐트속에서 빈둥거리다가 밤이되어 백사장으로 나갔습니다.
밤바다는 좋았습니다.
부서지는 파도소리와 시원한 바람, 발끝에 사각거리며 밟히는 모래알, 그리고 내가 그렇게 보고 싶어하던 해변으로 쏟아지는 별빛.사람들의 신나는 웃음소리......
아,이런게 바다였구나.
친구와 나는 그렇게 멋있는 백사장을 무작정 걸어 보기로 했습니다.
도란도란 얘기를 하며 얼마나 걸었을까요.
점점 해변의 불빛도 사람들의 웃음소리도 멀어져 갔고, 캄캄해서 무서운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래도 이왕 여기까지 온거 끝까지 가보자고 하면서 우리의 발자국을 끝없이 남겼습니다. 그 노래의 가사처럼.
그런데 어둠속에서 갑자기 웬 시커먼 그림자가 총을 들고 쑥 나타났습니다.
얼마나 놀랐던지요.가슴이 덜컹 내려 앉았고 머리카락은 곤두섰습니다.
'우리는 이제 죽었구나 ' 하고 떨고있는데
보초를 서던 군인 아저씨였습니다.근처에 희미하게 막사 같은것도 보였습니다.
다행이긴 했지만 그때는 서슬퍼런 군부시절있지요.
군인아저씨는
"이곳은 민간인 출입금지구역인데 표지판도 안보고 어째서 여기까지 왔느냐"며 딱딱하게 물었고
우리는 그냥 걷다보니 어두워서 표지판을 못보고 여기까지 왔노라며 한번만 봐 달라고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애원을 했습니다.
군인 아저씨는 한참 훈계를 하더니 즉시 되 돌아가라고 명령했습니다.
우리는 고맙다는 말을 하고는, 혹시 또 부를까봐 뒤도 안 돌아보고, 쉬지않고 민간인 구역으로 뛰었습니다.
해수욕장의 불빛과 왁자지껄한 사람들의 말소리가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습니다.
'휴,살았구나!끌려가 죽는줄 알았네...'
그렇게
꿈속에 그리던 해변의 환상은 모래알처럼 부서지고, 우리는 그저 살아 돌아온것을 천만다행으로 여겼습니다.
그런데 속도없이 지금도 그 노래만 나오면 가슴이 부풀어 오르고 마음은 해변으로 떠나고 싶으니
아직도 마음은 철없던 그시절 그대로 입니다.
우리 다같이 "해변으로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