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이 운명을 극복할 수 있는,
허무하지 않은 행위가 뭘까?
가만 눈을 감고 생각하니 캄캄한 수면 위의 연꽃처럼
'사랑'이란 말이 한 송이 천천히 피어오른다.
-미안, 네가 천사인 줄 몰랐어/최은숙/샨티/p73
그 사람이 단점이 있음에도
그 사람을 좋아할 수 있는 이유.
며칠 동안 밤을 새워 일을 해도
그 일을 좋아할 수 있는 이유.
하찮게 핀 꽃을 보고도
감탄사를 연발할 수 있는 이유.
아무리 원수 같은 사람이라도
그 사람을 용서할 수 있는 이유.
영어 공부하라고 하면 싫다고 하면서도
팝송 가사를 외우라고 하면
금새 외울 수 있는 이유.
그 모든 것들의 이유에는
'사랑'이 있기 때문이죠.
가족과 친구를 사랑하고,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자연을 사랑하고,
원수까지 사랑하고,
좋아하는 것들을 사랑하기 때문에.
반면 세상 살아가는 것이 힘든 것은
미워하는 사람을 죽도록 미워하고,
싫어하는 것을 끝까지 싫어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하나도 없다고 생각하고,
자연조차 하찮게 생각하는 생각.
한마디로 무언가에 대한
사랑이 없기 때문은 아닐지요.
-서른 다섯 줄에 긋는 밑줄 66편/2008년/4월/29일/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