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다섯 줄에 긋는 밑줄 62편

언젠가 개나리는 왜 낙화가 없는가 싶어 자세히 들여다본 적이 있다. 벚꽃과 목련은 질 때가 되면 꽃잎 하나하나가 흩어져 떨어지지만 개나리는 조용히 꽃잎이 아물어 다 시든 후에야 남들 모르게 땅 위에 떨어진다. 그러니 낙화가 보일 리 없다. 그렇게 조용하고 표가 안 나게 피었다 진다. 뿐만 아니라 다른 꽃에 비해 특별히 아름답지도 않고 향기도 그저 그런 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나리는 한국 사람들에게 가장 인상적인 꽃이다. 개나리가 노랗게 피면 우리는 꽃을 보기 전에 봄이 왔음을 먼저 느낀다. 개나리를 통해 한 겨울 기다리던 봄을 보는 것이다. -딱 반걸음만 앞서가라/이강우/살림/p187 개나리는 장미처럼 화려하거나 백합처럼 진한 향기를 발산하는 꽃은 아닙니다. 사람으로 말하자면 그저 수수하고 평범한 사람일 뿐입니다. 그런데 봄에 피는 꽃이 많은 데도 봄하면 개나리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사람들 생각 속에 어떻게 개나리라는 꽃이 인상적으로 남아 있을 까요. 그것은 간단합니다. 아주 화려하거나 매혹적이지 않지만 개나리가 피어남으로 인해서 겨울이 가고 봄이 왔음을 상징적으로 알려주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세상적으로 말하면 처음으로 어떤 일을 시작하는 사람을 잘 기억해주는 이치와 비슷합니다. 바라건대 당신이 무슨 일을 하고 있건 간에 당신이 어떤 일을 시작함으로써 어떤 변화가 온다는 것을 다른 사람들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서른 다섯 줄에 긋는 밑줄 62편/2008편/4월10일/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