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주제는요?
오늘은 백종원 대표의 대패삼겹살 원조 논란 이야기입니다. 지난달 25일 수원지법 안양지원이 이 사건에 대한 판결을 내렸는데요.
백 대표는 그동안 방송에서 1993년 육절기를 잘못 사게 된 것이 계기가 됐다며 자신이 대패삼겹살을 처음 개발했다고 여러 차례 밝혀왔습니다.
그런데 언론인 출신 유튜버 김재환 PD가 이미 1980년대부터 전국 여러 지역에서 팔리던 음식이었다며 의혹을 제기했고,
이에 더본코리아 가맹점주가 김 PD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습니다. 법원은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백종원 대표가 직접 소송을 낸 게 아니군요?
그렇습니다. 더본코리아 가맹점주가 "김 PD의 영상 때문에 브랜드 이미지가 훼손되고 매출이 급감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원조 여부 자체를 다투는 소송이라기보다, 영상이 실제 손해를 끼쳤는지를 판단하는 사건이었습니다.
법원은 어떻게 판단했습니까?
두 가지로 정리됩니다.
첫째, 대패삼겹살을 백 대표가 최초로 개발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겁니다.
재판부는 이 음식이 이미 1980년대 부산 지역에서 유행했던 것으로 보이고,
삼겹살을 육절기로 얇게 썰면 자연스럽게 말리는 형태가 되기 때문에 특별한 제조 공정이 필요한 독창적인 음식으로 볼 수 없다고 했습니다.
둘째, 매출 감소와 영상 사이의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당시 백 대표와 더본코리아를 둘러싼 여러 논란이 함께 불거진 상황이었기 때문에 김 PD의 영상만으로 매출이 줄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습니다.
백 대표는 대패삼겹살 상표까지 등록했잖아요. 상표를 등록했으면 원조 아닙니까?
상표 등록과 원조 여부는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상표권은 특정 이름이나 표장을 보호하는 권리입니다.
누가 그 음식을 가장 먼저 만들었는지를 국가가 인증해 주는 제도가 아닙니다. 상표등록증은 브랜드를 보호하는 증명서이지 원조 인증서가 아닌 겁니다.
맛집 골목 가보면 한쪽엔 원조, 맞은편엔 “진짜 원조” 이렇게 간판에 써있기도 하잖아요. 이런 표현은 어디까지 허용됩니까?
원조라는 표현 자체가 금지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실제로 최초가 아니면서 최초 개발자인 것처럼 광고해 소비자를 잘못 알게 할 우려가 있다면 표시·광고법상 거짓·과장광고가 될 수 있습니다.
원조 여부는 실제 영업 시작 시기, 당시 메뉴판과 영수증, 언론보도, 지역에서의 인지도 등을 종합해 판단합니다.
결국 원조라고 주장하려면 그 말을 뒷받침할 객관적인 자료가 필요합니다.
이름뿐 아니라 포장이나 색상을 둘러싼 분쟁도 있죠?
대표적인 사례가 빙그레 메로나와 서주 메론바 사건입니다.
두 제품 모두 연녹색 바탕에 멜론 사진이 배치된 포장인데요.
1심은 멜론 맛 제품에 멜론 색을 쓰는 것은 누구나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며 빙그레 패소였습니다.
그런데 항소심은 색상 하나만 본 게 아니라 명도, 채도, 글씨 위치, 멜론 사진 배치 등 전체적인 인상을 살폈습니다.
소비자 설문에서 79%가 두 제품을 오인할 수 있다고 답한 점, 20년간 동일한 포장을 유지해 온 식별력, 포장 변경 전 메론바 매출이 약 1억 9천만 원에 불과했던 반면
메로나는 732억 원이었다는 점을 들어 메로나 손을 들어줬습니다.
결국 원조를 지키려면 무엇이 필요합니까?
송경한 : 단순히 "우리가 먼저 만들었다"는 주장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최초 영업일, 메뉴판, 광고자료, 매출 자료 등을 꾸준히 보관하고, 이름과 로고는 상표로, 독창적인 외관은 디자인으로 미리 등록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법이 보호하는 것은 막연한 원조의 자존심이 아니라, 객관적인 자료로 확인되는 역사와 오랜 기간 쌓아온 소비자의 신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