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주제는요?
요즘 중동 전쟁 때문에 기름값이 정말 무섭게 오르고 있습니다.
저도 이틀 전에 기름을 넣었는데,
전주 한 주유소가 휘발유 1700원대라 밤 10시가 넘었는데도 차가 길게 줄 서 있더라고요.
소비자 입장에서는 “오늘 넣어야 하나, 내일 더 오르나” 하는 불안이 큰 상황입니다.
그런데 이번 기름값 급등은 정유사와 주유소 사이에 대금 결제 구조와도 연관이 있는데요.
그래서 오늘은 정유사와 주유소 사이의 사후정산제가 무엇인지,
왜 논란이 되는지, 법적으로는 어떤 문제가 있는지 핵심만 짚어보겠습니다.
사후정산제, 말은 어려운데 쉽게 설명하면 뭡니까?
주유소가 정유사로부터 기름을 받을 때 “이번 물량은 리터당 얼마다” 하고
확정가격을 받는 게 아니라, 일단 정유사가 제시한 입금가로 먼저 사고 나중에 주 단위나 월 단위로 최종 가격을 다시 정해서 정산을 받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주유소 입장에서는 지금 들여온 기름의 최종 원가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소비자 판매가격을 먼저 정해야 하니까 나중에 정산할 때 값을 더 치를 수도 있잖아요.
그러니까 판매가격을 보수적으로 잡을 수밖에 없고, 가격 인상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주유소는 사후정산으로 원가가 더 올라갈 수 있다는 불안이 있으니
“일단 조금 넉넉하게 받아야 나중에 손해를 안 본다”는 판단을 하게 되는 겁니다.
특히 유가가 급등하는 시기에는 입금가도 매일 뛰고, 정산가격이 어떻게 나올지 불확실하니 가격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느끼기에 “내릴 때는 늦고, 올릴 때는 빠르다”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이게 예전에도 한 번 문제 됐던 제도지요?
그렇습니다. 2008년에 공정거래위원회는 정유사들의 사후정산 거래 방식이 거래상 지위를 남용한 불공정거래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시정명령을 내린 적이 있습니다.
여기에 정유사가 불복해서 소송이 있었는데요. 이에 관련해서 대법원은 2011년에 정유사들이 과점적 지위에 있더라도 사후정산제가 국제 원유가격 변동에 따른 위험을 분담하고 신용을 공여하는 기능도
하며, 주유소들이 거래처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어 그 자체만으로 곧바로 현저히 부당한 거래 형태라고 단정하기는어렵다고 봤습니다.
즉 예전 공정거래법 기준으로는 사후정산제 자체를 바로 위법하다고 보지 않은 겁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때와 법이 좀 달라졌죠?
송경한 : 네. 중요한 건 그 판결이 대리점법 시행 전 판단이라는 점입니다.
대리점법은 2016년부터 시행이 되었는데요. 공급업자와 대리점 사이의 힘의 불균형, 정보 비대칭 문제를 더 구체적으로 규율합니다. 사후정산제가 가격 산정 기준을 충분히 알려주지 않은 채 사실상 정유
사가 나중에 최종 가격을 정해 통보하는 방식이라면, 주유소는 예측 불가능한 원가 부담을 떠안게 됩니다. 이 경우 대리점법상 불이익 제공 행위에 해당할 소지가 있고,
매입원가가 불확실해 주유소가 자기 판매가격을 합리적으로 정하기 어려워진다면 경영활동 간섭 문제로도 볼 여지가 있습니다.
아직 대리점법 시행 이후 이 쟁점을 정면으로 판단한 판결은 없는데요.
적어도 지금은 예전과 다른 법적 틀에서 다시 평가해볼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결국 지금 논란은 단순히 기름값이 비싸다는 차원을 넘는 거군요.
송경한 : 그렇습니다. 최근 공정위가 정유 4사에 대한 현장조사에 착수한 것도 이런 문제의식과 연결돼 있습니다.
정부도 중동 사태에 따른 유가 급등 대응책으로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을 예고했고, 반대로 일각에서는 가격 통제보다 유류세 인하가 먼저라는 주장도 나옵니다.
다만 단기 대책과 별개로, 장기적으로는 사후정산제처럼 가격이 만들어지는 구조 자체를 더 투명하고 예측 가능하게 손보는 게 더 중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