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주제는요?
최근 ‘강북 모텔 연쇄 살인’ 사건이 상당한 이슈입니다. 미국이나 일본은 이런 사건이 터지면 피의자 얼굴이랑 실명이 뉴스에 그대로 나오는 경우가 많죠.
말 그대로 ‘일단 까고 시작’입니다. 그런데 한국은 반대예요.
요건을 따져서 “공개할 수 있다”는 예외로 열어놓다 보니, 사건이 커질수록 늘 논쟁이 붙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특정중대범죄 피의자 신상공개 제도’ 전반을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지금 베스트 댓글이 이런 뉘앙스입니다.
“경찰도 이런 살인마 신상을 왜 공개 안 하냐. 혐의가 명확한데 왜 인권까지 보호해주냐.
다른 살인마들한텐 안 그랬잖아. 답답하고 화난다.” 이게 여론의 온도입니다.
그런데 제도는 ‘화가 나면 공개’가 아니라, 법이 정한 문턱을 넘었는지로 움직입니다. 감정은 5G인데, 절차는 여전히 유선전화처럼 천천히 가는 느낌이죠.
특정중대범죄 피의자 신상공개는 기본적으로 네 가지를 함께 봅니다.
범행수단이 잔인하고 피해가 중대한지, 피의자가 범행을 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는지, 국민의 알 권리나 재범방지 같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꼭 필요한지,
그리고 미성년자는 아닌지. 중요한 건, 이게 “공개해야 한다”가 아니라 “공개할 수 있다”는 구조라는 겁니다.
심의위원회도 경찰만 앉아 결정하는 게 아니라 외부위원이 들어와서, 공개로 얻는 이익과 인권 침해 위험을 같이 저울질하게 돼 있습니다.
여기서 제도와 직관이 충돌합니다.
국민은 ‘결과’가 두 명 사망이면 충분히 잔혹하다고 느끼는데, 법은 결과뿐 아니라 ‘수단’도 따로 봅니다.
흉기 난자처럼 물리적 폭력이 드러나는 사건과 달리, 약물을 음료에 섞는 방식은 잔인성 평가가 사건마다 갈릴 여지가 있습니다.
그래서 수사기관이 “요건을 다 충족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면 심의위 자체를 안 여는 선택을 할 수 있고요. 반대로 검찰 단계에서 판단이 달라지면, 검찰이 별도로 공개 절차를 밟을 수도 있습니다.
‘충분한 증거’는요? 혐의가 명확하다는 말이 많잖아요.
송경한 : “누가 했냐”는 비교적 분명해도, “살인 고의가 있었냐”는 다툼이 남습니다.
피의자가 “재우려 했을 뿐”이라고 주장하면, 수사기관은 미필적 고의를 입증하는 데 힘을 쏟게 됩니다.
수사단계 신상 공개는 유죄 확정 전 낙인 효과가 크고, 한 번 나가면 회복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도 같이 고려됩니다.
수사기관 입장에선 “지금 공개가 꼭 공익에 필요한가”를 묻지 않을 수가 없고, 공개가 성급하면 피의사실공표 논란까지 맞물리기 때문에 특별법 요건을 갖춘 경우에만 신중하게 공개를 하고 있습니다.
온라인에선 이미 얼굴이랑 계정이 퍼지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죠?
송경한 : 그게 요즘 현실의 아이러니입니다. 국가가 절차상 비공개를 유지해도, 커뮤니티와 SNS에서 ‘사실상 공개’가 되어버립니다.
해당사건 피의자가 팔로워가 폭증하고 계정이 뒤늦게 비공개로 전환됐다는 보도도 나왔죠.
댓글창엔 외모 평가, 두둔, 범죄 미화까지 뒤섞이고요. 그런데 여기서 구분해야 합니다. 국가의 신상공개는 법 절차의 문제고, 개인이 퍼뜨리는 건 ‘사적 제재’로 흐르기 쉽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그런 사적 제재는 처벌도 받죠?
송경한 : 네. 최근 밀양 성폭행 사건 관련해서 신상을 퍼나르거나 유튜브로 신상정보를 공개한 사례들이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등으로 실형 선고를 받은 보도가 이어졌습니다.
“정의감”이라는 말로 포장해도, 사실 확인 없이 개인정보를 확정적으로 유포하면 처벌받는다는 메시지죠.
그래서 이 논쟁은 결론이 하나로 끝나지 않습니다. “공개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이해되지만, 절차 없이 퍼뜨리는 순간 그건 ‘제도’가 아니라 ‘군중재판’이 됩니다.
결국 공개든 비공개든, 절차를 건너뛰면 문제가 커진다는 점을 강조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