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주제는요?
지난달 캄보디아발 노쇼 사기 조직을 대거 검거해 국내로 송환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관공서나 공공기관을 사칭해서 자영업자와 업체들을 속이고, 물품 대리 구매나 단체 거래를 미끼로 돈을 받아 가로채는 전형적인 노쇼 사기였는데요.
피해자는 200명이 넘고, 피해액도 70억 원을 훌쩍 넘는 규모였습니다.
자영업자분들이나 소규모 업체들 사이에서는 이미 굉장히 익숙한 범죄가 됐습니다.
문제는 노쇼 사기 수법이 이렇게 늘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제도는 여전히 보이스피싱 중심에 머물러 있다는 점입니다. 이게 오늘 이야기의 핵심입니다.
사기인데도 보호를 못 받는 경우가 있다는 거죠?
그렇습니다. 노쇼 사기는 분명 사기 범죄입니다. 전화나 문자, 메신저 같은 전기통신 수단을 이용해서 접근하고, 피해자를 속여 돈을 송금하게 만듭니다.
그런데도 현행 통신사기피해환급법상으로는, 노쇼 사기가 보이스피싱에 해당하지 않아 계좌 동결이 되지 않아 피해회복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러 발생합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보이스피싱은 “전화로 속여서 돈을 빼앗는 사기” 전반을 떠올리지만, 법에서 말하는 보이스피싱은 굉장히 좁게 정의돼 있습니다.
최근 신종사기수법인 로맨스 스캠이나 노쇼 사기, 투자 리딩방 등 물건이나 서비스 등을 제공할 것처럼 속인 뒤 잠적하는 경우 등은
보이스 피싱이 아니라 법률적으로 구분하면 단순 사기 사건에 해당합니다.
경찰에 가면 “이건 보이스피싱이 아니라서 계좌 지급정지가 어렵다”는 답을 듣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문제는 이 시점입니다. 계좌를 바로 묶지 못하면, 그 사이에 돈은 인출되고, 쪼개지고, 세탁됩니다.
그렇게 되면 수사가 진행되더라도 피해 회복은 사실상 불가능해집니다. 사기당한 것도 억울한데, 손 쓸 틈도 없는거죠.
피해자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되는 건가요?
변호사 입장에서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지금 제도 아래에서는 보이스피싱으로 신고하는 게 맞습니다.
그래서 노쇼를 전면적으로 내세우는 이야기는 삭제하고 통신피해에 집중하고 신고를 하셔야 하고요. 리딩방 사기인 경우에도 투자이야기를 가급적 삭제하셔야 합니다.
이러한 현실이 통신피해금을 지키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수사관들도 이 구조를 잘 알고 있습니다. 사실 그대로 접수하면 아무 조치도 안 되고, 그 사이 피해금이 사라진다는 걸 알기 때문에,
경찰 내부에서도 징계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계좌 정지를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결국 현재 구조는 법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개인 판단으로 메우고 있는 상황입니다.
피해자는 말 한마디를 고민해야 하고, 변호사는 원칙과 현실 사이에서 설명을 해야 하고, 수사관은 제도의 공백을 떠안아야 합니다. 이런 구조가 계속되면, 피해는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제도 개선 이야기는 안나오고 있나요.
지금 국회에는 범죄 유형을 따지지 말고, 다수 피해가 발생한 계좌라면 우선 묶을 수 있도록 하자는 법안이 발의돼 있습니다.
노쇼 사기든, 로맨스 스캠이든, 투자 사기든, 유형을 따지기 전에 피해 확산부터 막자는 취지인데요. 개인적으로는 이 법안이 하루라도 빨리 통과돼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야 피해자가 “어떻게 신고해야 하나”를 고민하지 않아도 되고, 표현 하나 때문에 보호받지 못하는 일도 줄어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