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7(토) 송경한 변호사의 재미있는 법률이야기(송변재법인데)

오늘은 한 해 동안 이런저런 일로 마음 무거우셨던 분들도 많으실 텐데, 남은 연말만큼은 조금 숨 돌리면서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제가 변호사로 일하면서 정말 많이 받는 질문, “변호사님은 어떤 분야가 전문이세요?”라는 이야기에서 출발해보려고 합니다.

 

사실 변호사라는 직업 자체는 사람들이 일상에서 겪는 아주 다양한 문제를 다루는 직업입니다. 

교통사고 하나만 봐도 형사·민사·보험 문제가 동시에 따라옵니다. 그래서 현실의 사건들은 보통 하나의 법 분야로 깔끔하게 나뉘지 않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다들 “전문 변호사”라는 표현을 많이 쓰는 것 같아요.

그 배경에는 변호사 수 증가와 경쟁 심화가 있습니다. 개업 초기부터 특정 분야를 정해서 그 분야만 집중적으로 다루는 변호사들이 많아졌고, 

그 과정에서 ‘전문분야’라는 타이틀이 하나의 기준처럼 자리 잡았습니다. 

다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렇게 전문을 내세우는 변호사가 많아질수록, 전문분야라는 말의 희소성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습니다.

 

전문분야 등록이라는 게 공식 제도도 있지 않은가요? 

네. 대한변호사협회는 법률수요자에게 적합한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 변호사 간의 자유경쟁을 통해 전문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전문분야 등록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일정한 교육을 이수하고, 분야별로 정해진 사건 수임 횟수를 충족하면 전문분야 등록이 가능합니다.

 

그 요건이 꽤 까다로운 건가요?

송경한 : 생각보다 그렇지 않습니다. 분야야 다양하지만 예를 들어 말씀드리면요 

가사, 이혼, 교통사고, 형사 전문 같은 경우에는 사건 수임 30건, 노동이나 산재는 20건, 스타트업· 학교폭력· 환경· 스포츠 분야는 10건입니다. 

제가 등록한 형사 전문도 요건이 사건 30건인데, 솔직히 말씀드리면 신입 변호사도 1년이면 충분히 경험하고 남을 수 있는 숫자입니다.

 

 

그러면 전문이라는 말이 좀 가볍게 느껴질 수도 있겠네요.

그렇습니다. 흔히 ‘1만 시간의 법칙’ 이런걸 이야기 하잖아요. 전문분야를 위해 수행해야 하는 사건 수와 비교하면 사실 전문성을 담보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기준입니다. 

그래서 전문분야를 등록했다고 해서 그 자체만으로 깊은 내공이나 압도적인 경험이 보장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등록한 변호사들 사이에서도 경력과 실력은 천차만별이고, 반대로 등록하지 않았더라도 해당 분야에 능숙한 변호사도 충분히 있을 수가 있겠죠. 

 

결국 의뢰인 입장에서는 더 헷갈릴 수도 있겠어요.

맞습니다. 그래서 변호사를 선택할 때는 타이틀 하나만 보고 판단하기보다는 상담을 통해 설명이 얼마나 구체적인지, 사건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직접 확인하시는 게 중요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 많이 막막해하시는 게, 변호사를 어디서 어떻게 찾느냐는 문제입니다.

 

보통은 지인 소개 아니면 인터넷 검색이죠.

네. 지인 소개의 경우에는 조심할 점이 있습니다. 지인의 소개로 상담을 받고 나서, 선임하지 않으면 인간적으로 미안하다는 감정에 끌려가는 경우입니다. 

실제로 그 변호사를 통해 사건을 처리해본 경험이 있고 만족도가 높았다면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감정 때문에 결정을 내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넷 검색은 또 어떻습니까?

검색 결과 상단에 나오는 변호사라고 해서 실력이 보장되는 건 아닙니다. 대부분은 유료 키워드 광고이고, 노출 순위는 실력이나 업무 처리 능력이 아니라 광고 입찰 금액으로 정해집니다. 높

은 광고비를 지불한 변호사가 상단에 검색되는 구조죠. 

광고비는 결국 선임료로 회수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함께 생각해보셔야 합니다. 다만 오랫동안 꾸준히 광고를 유지하고 있다면,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았다는 정도는 참고할 수 있겠습니다.

 

추상적인 광고 문구보다 실제 상담에서 얼마나 성실하게 설명하고 소통하는지를 보시길 권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