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춤의 멋을 알다 / 최성순
‘와우, 오늘은 다리 쭉 펴고 잘 수 있겠네!’
오늘 우리 군산 시낭송 단체 회원 14명으로 구성된 아마추어 권번춤팀이 드디어 무대에 올랐답니다. 약 한 달 반쯤 되었을까? 처음으로 권번의 입춤을 소개받고 한번 해보자는 취지하에 이번에 군산에서 열린 국제 무용 페스티발에 참가하게 되었죠. 한 춤 중에서도 권번춤을 주제로 열리는 무대에서 전문가들의 발표 무대 전에 오프닝 무대로 우리가 서게 된 거예요. 권번이란 일제 강점기에 나온 용어로 예전부터 내려오던 기생조합을 일본어로 바꾼 이름이라네요. 전통창, 시조, 그리고 춤 등을 가르치는 일종의 기생학교로써 우리가 주목할 것은 일제시대를 통해 우리의 전통문화가 의도적으로 말살되는 시기에 그래도 권번을 통해 우리의 전통문화가 조금이나마 명맥을 유지해 온 것으로 평가되어 요즘 새롭게 조명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우리 모두는 춤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라 많이 부족하지만 잊혀져 가는 우리의 전통 가락에 맞춘 춤사위가 어떤 것인지를 맛보고 또 일반인들에게 보여주는 계기를 만들려는 뜻이 담겨 있어 더욱 의미가 있는 행사였죠.
우리의 한스러우면서도 아름다운 느린 장구나 북장단에 맞추어 손가락 동작 하나하나, 발동작 하나하나 그리고 거기에 시선의 움직임이 극치를 이루는 춤입니다. 그것을 춤에 문외한인 우리가 짧은 시간에 표현해내기에는 그야말로 역부족이어서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더운 여름에 그 많은 인원이 연습할 공간도 문제였고 개인적인 역량이 미치질 못하다 보니 연습 과정이 만만치 않았죠. 또한 5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한 연령에 평균연령이 70이 넘는 집단이다 보니 지치고 무릎관절 등에 문제가 생겨 병원을 찾는 일이 다반사가 되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우리는 본 무대에 섰답니다. 연습 때보다는 긴장을 해서 인지 다행히 잘했다는 평가를 받았답니다. 그 결과야 어쨌든 우리에게는 ‘힘들었지만 그래도 해냈다’는 무엇과도 비길 수 없는 새로운 경험, 아름다운 도전이었어요.
본 무대에서 펼쳐진 전문무용수들의 다섯 마당의 무대는 경이로움 자체였어요. 실로 신세계를 마주하는 듯했습니다. 처음에 두 무용수가 나와 칼춤을 추는데 그야말로 두 분의 미세한 동작이 얼마나 정확하고 빈틈이 없는지 마치 데칼코마니를 보고 있는 듯했어요. 저렇게 표현하기 위해 얼마나 피나는 연습을 했는지가 보여 감탄과 더불어 머리가 절로 숙여졌습니다. 다음에는 우아한 한복을 입은 세 마당의 독무대가 이어졌는데 ‘정중동’의 움직임의 미는 숨도 멈추게 할 정도로 경건하고 우아했어요. 그리고 진정한 고귀함이 느껴졌죠. 최고의 경지를 보는 듯했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마지막 무대는 무형문화재 선생님께서 보여주신 ‘승무’라는 무대로 그야말로 무어라 표현할 말이 떠오르지 않고 그저 빠져드는 무대였습니다. 갑자기 울컥하기도....
그간 저는 우리 가락이나 우리 춤에는 많이 생소하고 그저 지루하고 따분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전통 가락이나 전통 춤에 관한 프로그램에는 당연히 등을 돌리는 편이었죠. 그런데 이번 무대를 통해 직접 참여하면서 얼마나 많은 노력과 인내로 그런 무대를 만들어 낼 수 있는지를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되었답니다. 그 하나하나의 동작에 심오한 의미가 담겨 있음을 그리고 거기에서 뿜어 나오는 우리만의 아름다움을 알자 더 새롭게 다가왔죠. 그리고 그 춤꾼들의 외롭고 눈물겨운 노력의 결과가 보여주는 춤 사위를 보며 우리의 전통 춤의 매력에 빠져들었답니다. 아쉬운 것은 이렇게 대단한 작품의 공연에 관객이 많지 않은 것이 무척이나 안타까웠답니다. 더 많은 사람이 우리의 전통문화에 관심을 가지고 찾았으면 합니다. 그래서 우리 춤의 멋을 알게 되고 또 앞으로도 우리 후손들에게 우리의 아름다운 전통이 길이 길이 뻗어나가기를 바랍니다.
다가오는 전통명절인 추석을 맞이하며 그에 걸맞게 우리의 아름다운 전통문화에도 한 걸음 다가가는 기회가 되기를 바라는 소망을 가져봅니다.
010-9261-0592 최성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