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해주실 책은?
해보고 싶었던 것을 망설이고 계시는 분들께 추천하고 싶은 책 <그림 그리는 할머니 김두엽입니다>를 소개합니다.
미국에는 75세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101세까지 살면서 국민 화가가 된 안나 마리 '로버츤 모지스'가 있고,
영국에는 75세에 신진 작가로 선정돼 86세에 슈퍼스타 작가로 등극한 영국의 '로즈 와일리'가 있습니다. 그리고 전라남도 광양의 작은 집엔 95세 김두엽 할머니가 있습니다.
이분들에겐 공통점이 하나 있는데요. 바로 70세가 넘어서 그림을 시작했다는 거에요.
'시작하기에 늦은 나이는 없다'는 깨달음을 주는 동시에, 우리가 살아갈 100세 시대를 어떻게 현명하게 보내면 좋은지 따뜻한 메시지를 전합니다.
할머니의 인생에 그림이 찾아온 건 11년 전 그의 나이 83세 때였어요.
어느 날 달력 뒷장에 연필로 그린 사과를 보고 화가인 막내 아들이 "엄마, 솜씨가 보통이 아니네?"하고 칭찬해준 게 계기가 됐습니다.
신이 난 할머니는 그 뒤로 달력 뒷장에 매일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읍내에 나가서 스케치북을 두 개 사가지고 와서 한복 입고 걸어다니는 사람들도 그리고, 짧은 양장 치마 입고 춤추는 모습도 그렸습니다.
평생 학교 문턱에도 가본 적 없고 그림을 배워본 적도 없지만 할머니는 ‘화가’ 김두엽의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 그린 작품수만 300여 점이 넘고요, 막내아들과 함께 전시회도 10여 차례 열었습니다. 2019년엔 휴먼 다큐멘터리 등 여러 방송에 출연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할머니에게 이렇게 즐거운 날만 있었던 것은 아니겠죠. 책에서 나온 생애 궤적을 따라가보면요, 1
928년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난 할머니는 해방 다음 해에 가족과 귀국한 뒤, 우리말을 읽을 줄도 쓸 줄도 모르는 상태에서 결혼을 했습니다.
시집살이보다 더 힘든 건 애정을 주지 않는 무뚝뚝한 남편과 평생을 따라다닌 가난이었죠.
먹고사느라 바빴던 할머니는 글도 70세 넘어 처음 배웠는데요. 이젠 은행 통장도 직접 만들고 무엇보다 그림에 사인을 새길 수 있어 너무 행복하다고 하십니다.
책 제목 역시 할머니가 직접 쓴 글씨인 것 같은데요. 그림이 참 화사하고 따뜻하네요.
맞습니다. 색감이 굉장히 통통 튀면서 과감하고요, 또렷한 스케치와 구도가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이 책에는 할머니가 고른 110여 점의 작품이 담겨 있는데요. 할머니가 이야기하고 며느리가 그 말을 받아 적어 완성했다고 해요.
이중에서 가장 인상 깊은 그림이 '꽃밤 데이트'라는 작품인데요, 할머니가 젊을 때 단추공장에 일하다 자기를 아끼는 한 사람을 만났는데, 출퇴근할 때면 그 사람이 매일 자전거를 태워줬대요.
자전거에서 떨어질까봐 그 사람의 허리춤을 꽉 잡았다는 대목과 함께 이 그림을 보면 그 설렘이 그대로 전해져오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