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해주실 책은?
이 책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나는 읽을 때 묶여있다가 쓸 때 해방된다"
박연준 작가의 신간 <쓰는 기분>에 나오는 아주 중요한 말입니다. 이 책은 "계속 쓸 수 있다면 작가가 될 수 있다"라고 말하며 읽는 독자를 쓰는 작가로 이끄는 책입니다.
읽는 사람은 반드시 쓰게 되고, 쓰는 것이 계속 된다면 반드시 작가가 된다고 하는데요. 특히 강조하는 것은 쓰는 행위만큼 쓰는 '기분'이 중요하다는 거예요.
여기서 우리는 기분이라는 말을 확인할 필요가 있는데요. 기분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대상ㆍ환경 따위에 따라 마음에 절로 생기며 한동안 지속되는 감정"이라 나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마음에 절로 생긴다'는 자발성과 '한동안 지속되는 감정'이라는 지속성이죠.
살아가는데 '기분'이 한낱 기분으로 치부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입니다. 기분이 좋으면 계속할 수 있는 지속성을 장착하게 되니까요.
이 책은 '쓰는 기분'이 특별한 ‘재능'을 가지거나 '선택된' 누군가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는데요.
누구나 쓰는 기분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을 바탕으로, 시 쓰기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이 책은 ‘시가 대체 뭐지? 시는 어떻게 읽지? 혹시 나도 시를 쓸 수 있을까?’ 이런 생각 앞에 갸웃하거나 머뭇거리는 분들에게 더더욱 도움이 되는 책인데요. 특히 시를 읽을 때는 시를 이해하겠다는 생각을 내려놓고, 테이블에 놓인 음식처럼, 라디오에서 나오는 음악처럼 그저 받아들이라고 합니다. 작가는, 시는 ‘이해받고 싶어 하는 장르’가 아니라고 말해줍니다. 그렇다면 시를 쓸 땐 어떤 기분이어야 할까요? 작가는, ‘대단한 것, 훌륭한 것을 써보자’고 마음먹으면 늘 실패한다고 말합니다. 대단하고 훌륭한 것은 작정을 하고 다가가는 자로부터 도망치기 때문일까 되물으면서, 동기나 목적 없이 자유롭게 끄적일 때 쓸 만한 게 나온다고 말합니다. 어떤 ‘의도’를 품은 채 쓰이는 글은 실패하기 쉽다면서 가령 쓰는 자가 ‘이 시를 써서 시인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 채 쓰는 시는 빛을 잃고 시작하는 거라 이야기합니다.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을 때, 인화하기 전에는 절대로 필름을 꺼내보지 않듯이 우리에겐 어둠을 어둠인 채로 둬야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작가는 어떤 분인가요?
박연준 작가는 1980년에 태어나 현재 파주에 살면서 시와 산문을 쓰고 있습니다. 박연준이라는 괴물 신인의 등장을 알린 첫 시집 <속눈썹이 지르는 비명>, 아버지라는 존재의 환함과 어둠을 그려낸 <아버지는 나를 처제, 하고 불렀다> 등 4권의 시집이 있고요. 산문집도 여러 권 냈는데, 그중에서 <소란>과 <모월모일> 두 권을 특히 추천드립니다. 어떤 시인들보다 산문집의 인기가 높은 '믿고 보는' 시인이기도 합니다. 저는 박연준 작가가 쓴 이런 자기소개를 좋아합니다. "무지몽매해서 늘 실연에 실패한다. 무언가를 사랑해서 까맣게 타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