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해주실 책은요?
단 한편의 소설로 이탈리아를 뒤흔든 작가, 생물학자 '산드로 보파'가 쓴 단편소설집 <넌 동물이야, 비스코비츠>를 소개합니다.
총 스무 개 에피소드가 있는 이 책엔 앵무새, 사슴, 개, 돼지, 상어, 쇠똥구리, 사마귀 등 갖가지 동물들이 각 소설의 주인공이 되어 이야기를 펼치는데요.
각기 다른 동물들의 본능과 습성을 살린 관찰력과 이에 버금가는 상상력으로 무장한 에피소드들에 무릎을 탁 치게 합니다.
특히 한 페이지부터 열 페이지까지 분량이 다양해서 짧은 이야기부터 슬쩍슬쩍 짬내서 읽기 좋습니다.
이 책에 나오는 스무마리 동물 이름은 모두 비스코비츠'인데요,
자웅동체 달팽이도 있고, 무엇이든 변신 가능해 정체성 혼란을 겪는 카멜레온도 있고, 교미가 끝나고 암컷에게 잡아먹히는 사마귀도 있습니다.
또, 잘생긴 외모 때문에 암컷들로부터 시달려 자신을 흉하게 성형한 벌도 나옵니다.
이 모든 비스코비츠들은 자기 생각처럼 돌아가 주지 않는 현실에 맞서 싸우고 좌절하는데, 이들의 삶이 낯설지 않은 건 인간의 삶과 너무 흡사하기 때문입니다.
사이사이 낯선 생물학 용어들이 튀어나오지만 읽는 데 문제는 없습니다. 오히려 아주 문학적인 과학책을 읽는 듯한데요,
동물이 화자가 되어 1인칭시점으로 말하는 우화라는 장르가 주는 신랄한 풍자가 동물 세계처럼 역동적입니다.
보편적인 우화가 주는 교훈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의 내재된 욕망을 동물의 생태계로 고스란히 보여주는 신랄한 이야기입니다.
앞서 언급한 '알레산드로 보파'라는 작가고요. 모스크바에서 태어나 이탈리아에서 생물학을 공부하고, 유전학 연구소에서 일해왔습니다.
그러다 매일같이 개구리와 쥐를 실험하는 일에 염증을 느끼고 태국의 섬으로 휴가를 떠났는데 그곳에서 이 소설을 완성했다고 합니다.
이 작품을 통해 알레산드로 보파는 자신의 전공인 생물학을 기묘한 우화로 재탄생시켰을 뿐만 아니라,
"'희극적이면서도 비극적인' 온갖 해프닝으로 가득한 인간 삶을 고스란히 담아 낸 현대판 풍자극"을 창조해냈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