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해주실 책은?
“이불 밖은 위험해”라는 유행어가 현실이 된 코로나 세상에 살고 있는 지금, 꼭 읽어봐야할 흥미로운 책이 나왔습니다.
‘하루의 90%를 육면체 공간에서 보내는 이들을 위한 실내과학’이라는 부제가 흥미로운데요. 책 제목은 <우리는 실내형 인간>입니다.
예일대에서 과학사와 의학사를 공부한 과학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현대 인간은 본질적으로 ‘실내종’”이라고 말합니다.
2011년 연구에 따르면 북미와 유럽 사람은 90%의 시간을 실내에서 보낸다고 하고요.
유엔은 2017년 한 보고서에서 앞으로 40년 사이에 전 세계적으로 실내 공간 면적이 두 배가 될 것이라고 추산했다고 합니다.
이 책의 저자 ‘에밀리 엔시스’가 “오랫동안 우리는 너무나 익숙한 나머지 실내 환경이 가진 힘과 복잡성을 간과했다”면서
“세심하고 사려 깊은 건축과 디자인으로 실내 환경이 인간의 건강과 행복과 후생에 좋은 영향을 주도록 할 수 있다”고 말하는 이유입니다.
어떤 내용이 인상깊었는지?
이 책의 저자는 다양한 실내 공간을 연구하는 현장을 누비며 보고 들은 연구결과들을 책에 생생하게 담았습니다.
이중에서 특히 ‘실내생태학’ 분야 연구자들의 이야기가 재밌었는데요.
이들은 집 안의 샤워헤드를 조사해서 실내에 살고 있는 미생물 종의 목록을 만들고, 집집마다 차이점을 분석하며, 그 미생물들이 미치는 영향이 무엇인지 알아봅니다.
한 미생물학자가 미국의 40가구를 선정해 부엌 조리대 상판, 도마, 냉장고 선반, 베갯잇, TV 등에 사는 미생물을 조사한 결과
평균 2000종이 넘는 미생물이 집에 살고 있었다고 하는데요. 집 안의 균 구성은 드나드는 사람들의 수, 환기 정도, 사용하는 가구의 종류에 따라서 달라집니다.
그래서 저자는 “실내공간이 하나의 광활한 자연생태계이자 고유한 생태계”라고 말합니다.
실내공간은 우리 삶에 참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렇습니다. 일찍이 건축가와 과학자들은 건강을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공간’의 문제로 보고 여러 가지 시도를 해왔는데요.
자연 경관을 볼 수 있는 벽이나 해가 잘 드는 병실이 환자의 치료와 회복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현대의 병원들은 의학적 치료 못지않게 공간 구성에
신경을 쓰고 있죠. 특히, 뉴욕에서는 그간 효율만을 중시해 움직임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설계됐던 건물의 내부 구성을 바꾸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특히 뉴욕에 있는 ‘아버 하우스’라는 아파트 설계자는 계단을 눈에 띄는 곳에 배치해 이용을 장려하고, 엘리베이터의 속도를 일부러 느리게 만들었다고 합니다.
실내공간이라는 게 결국 건물 안이고, 건물은 인간이 만들어낸 하나의 고유한 세계잖아요.
이 책은 결국 건강하고 안전하면서 평등한 건물은 어떤 모습이 되어야 하는지 묻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