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03(화) 임주아작가의 책방에 가다

이 장면, 나만 불편한가요? / 태지원

요즘 올림픽 중계방송 많이 보고 계시죠. 지난주 우리나라 양궁 선수들의 대활약 덕분에, 코로나로 답답하고 더위에 지친 마음을 다시 “빠이팅”할 수 있었는데요. 

하지만 올림픽 중계를 보면서 불편함을 느낀 젊은 세대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지난 23일 도쿄 올림픽 개막식에서 어느 해설자가 러닝머신에서 열심히 달리는 한 외국선수의 퍼포먼스를 보고 “홈쇼핑 느낌이 난다”고 말했다가 

누리꾼들에게 “재미도 없고 무례하다”는 비난을 들었습니다. 

이어 25일 양궁 여자 단체전에서 한국 대표팀이 금메달을 거머쥔 직후, 한 중계진이 “태극낭자들의 꿈이 현실이 됐다” 

“얼음 공주, 여전사들 웃는 모습이 좋다”고 말했다가 성취와 관계없는 구시대적 성별 강조 발언이라는 비판을 받았죠. 

또, 그리스 중계방송의 한 해설자는 우리나라 정영식 탁구선수를 보고 “그 작은 눈으로 (탁구) 공이 왔다 갔다 하는 걸 어떻게 볼 수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인종차별적 발언을 했다가 해임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이 책, <이 장면 나만 불편한가요?>라는 제목이 이번 주 제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우리가 결코 무심해서는 안 될 차별과 혐오의 표현들이 미디어를 타고 어떻게 확산되는지 짚어보고 있는 책인데요. 

사회 과목 교사로 10대들과 소통해 온 저자가 ‘프로불편러’가 되어서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불편한 표현이 무엇인지 친절하게 알려줍니다. 

“미인대회는 왜 TV에서 사라졌을까?” “동네 바보 형에게도 권리가 필요하다” “‘흑형’이라는 말이 왜 문제가 될까?” “미디어는 어떻게 멋진 외모를 강요할까?”하는 등 

꼭 들여다봐야 할 차별과 인권 이야기가 이주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K-를 생각한다 / 임명묵 

1994년에 태어난 저자가 쓴 <K를 생각한다>라는 책입니다. 

K-방역, K-팝, K-푸드, K-드라마,K-메티컬 등등등 대한민국의 최대 수식어이자 현상이 된 ‘K’라는 키워드의 근원을 정면으로 겨냥하하는 책인데요. 

우리 사회에서 가장 첨예한 이슈 다섯가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칩니다. 

이 책의 백미라 할 수 있는 ‘90년대생은 누구인가’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K-방역’ 이야기로 흘러가 ‘민족주의와 다문화’를 굽어보고, ‘대한민국 386의 일대기’를 들여다보고, 

‘입시, 그리고 교육의 본질’을 꿰뚫으며 끝납니다. 특히 이 책은요. 이 땅의 90년대생이 어떤 시대의 급류를 타며 살아왔고, 

어떤 세계관으로 대한민국을 바라보고 있는지 잘 알려줍니다. 추천사를 쓴 한 정치경제학자는 “이 책은 청년을 원숭이로 만드는 흔해빠진 청년담론의 부스러기가 아닌, 

대한민국의 미래에 관한 청년 세대의 묵직한 대답”이라고 평하기도 했습니다.

 

일부러 틀리게 진심으로 / 김경인

서울 광화문 글판에 사람들의 어깨를 토닥이는 시 구절 하나가 걸렸습니다. “올여름의 할 일은 모르는 사람의 그늘을 읽는 일”이라는 구절이었는데요. 

김경인 시인의 <일부러 틀리게 진심으로>라는 시집에 수록된 ‘여름의 할 일’이라는 시입니다. 

시는 이렇게 마음에 딱 와닿는 구절로 우연히 마주하곤 하지만, 구절이 아닌 시 전체를 읽으며 음미하는 것도 중요하죠. 

작년 6월에 출간된 이 책은 시인의 두 번째 시집으로 67편의 완성도 높은 시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올여름이 가기 전에 모르는 독자의 그늘을 읽어줄 이 시집을 함께 펼쳐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