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대근무하고 있는 40대 가장입니다.
오늘은 조간 근무인데 아침 일찍부터 아내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나 오늘 사연 당첨됐어, 근데 간식은 못 받았어, 그래도 라디오 너머로 내 이야기가 소개되니까 신기하다'
들뜬 목소리로 쉴새없이 말하는데 처음엔 잘 못 알아듣겠더군요.
사연 당첨이야 그런대로 알아듣겠는데 간식은 또 뭔지..
나중에 웹사이트에 방문하고 나서야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왜 우리 아내한테 간식을 안 주셔서..ㅎㅎ
여튼 통화가 끝나고 시간이 남기에 앉아서 찬찬히 생각해봤습니다.
아내가 그렇게 기분 좋아서 들뜬 목소리를 들은 게 언제쯤인지 잘 기억나지 않더라구요.
제가 교대근무를 한 지 8년 정도 된 것 같습니다.
처음엔 낮밤이 바뀌는 게 힘들기도 하고 진급문제도 있어 매사가 악화일로였습니다.
지금이야 세월이 한참 지났기에 나름 어쩔 수 없는 상황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행복을 찾았습니다만 초반엔 너무 힘들었지요.
물론 아내도 힘들었을테고 지금도 왕왕 힘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제가 조간근무할 때면 아침 일찍 아이들 학교 보내야 하고 일이 늦게 끝날 경우 아이들 하교도 챙기면서 거의 독박육아겠지요.
석간근무도 그런 의미에서 만만치 않습니다.
야간근무엔 무서운 밤 아이들을 보듬고 어렵게 잠을 청할테지요.
뭐 매일이 그렇진 않겠지만 드문드문 찾아 오는 두려움이나 어려움, 노상 되돌아 오는 반복되는 삶 속에서 남편의 빈자리를 홀로 메우고 있었을 겁니다.
나름 저에게 힘든 시간들은 이미 지나갔지만 당시를 되돌아 보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모범이 되어 준 아내가 있었고, 그 아내가 삶 속에서 또 다시 새로운 희망을 찾을 수 있는 긍정적인 마음을 가르쳐 주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결혼 후 여러 고비마다 아내는 그렇게 저를 참아 주고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예전에 비해 크게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하면 너무 오바하는건가요?
그런데 저는 그게 넘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누구보다도 저한테만큼은 그게 사실이니까요.
혹시 이 사연이 소개된다면 아내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유혜미~ 고맙다~ 솔직히 니가 아내인 동시에 스승이고, 또 벗이고 연인이 될 수 있는 사람일 줄은 미처 몰랐다. 그저 말이 통하는 괜찮은 사람 정도였고 때가 돼서 결혼한 건데.. 결혼 후 삶을 반추하면 종종 잭팟이 터졌어. 돈 말고, 깨달음. 그게 막 터졌던거야. 니가 나에게 알려준 건 부정적인 것보다 긍정적인 것을 무게있게 보는 법, 또 내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줘서 채우는 재미도 알려줬어. 그래, 나는 복덩이하고 살고 있었던거야. 그런 의미에서 못 받은 간식 대신 내가 크게 쏜다~ㅋ 앞으로도 잘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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